
5월 황금연휴가 다가오면 "올해는 어디 가지?"라는 고민, 저만 하는 게 아니죠? 부처님 오신 날부터 어린이날, 어버이날까지 가족과 함께 나들이하기 딱 좋은 달인데, 정작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검색창만 들여다본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올해 5월은 직접 발품을 팔아 부산, 보성, 부천 세 곳의 축제를 다녀왔는데, 가기 전과 다녀온 후의 온도 차가 꽤 컸습니다. 그 솔직한 후기를 정리해 봤습니다.
첫 번째. 수만 개의 연등이 밤하늘을 메운다, 부산 삼광사 연등축제
혹시 '연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작은 종이 초롱 몇 개 걸린 소박한 절 풍경을 상상하시나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부산 초읍동 백양산 자락에 자리한 삼광사에 해 질 녘 도착한 순간, 그 생각은 완전히 박살 났습니다.
어둠이 깔리면서 수만 개의 연등에 불이 일제히 들어오는 그 순간,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습니다. 계단, 처마, 마당 천장까지 빈틈 하나 없이 메운 형형색색의 등불이 밤하늘을 수놓는데, 소름이 돋더라고요. "와, 이건 진짜 죽기 전에 꼭 봐야 해"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부산 삼광사 연등회는 단순한 지역 행사가 아닙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으로 등재된 한국의 연등회 전통을 계승한 행사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이란 특정 공동체가 세대를 거쳐 전승해 온 살아있는 문화 표현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하는 제도입니다. 1,300년 이상 이어진 이 전통은 CNN이 '한국에서 꼭 봐야 할 아름다운 곳 50선'에 선정할 만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출처: CNN Travel).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대규모 연등 행렬입니다.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등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이 퍼레이드는, 관람객으로 서 있어도 그 열기와 빛의 물결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느낌이 납니다. 다만, 제가 직접 다녀와보니 사진 명당으로 알려진 계단 위쪽 구역은 삼각대를 세운 사진가들로 이미 꽉 차 있었습니다. 느긋하게 감상하기보다는 인파 속에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 아수라장을 뚫고 올려다본 연등의 바다는 그 고생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았습니다.
방문 전 꼭 알아두실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방문 시간: 불이 들어오는 일몰 직후가 최적. 낮 방문은 반쪽짜리입니다.
- 주차: 사찰 내 주차는 사실상 불가. 부산어린이대공원 공영주차장에 세우고 15~20분 걸어 올라가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 인파 대비: 주말 저녁엔 엄청난 혼잡이 예상되므로, 평일 방문을 적극 권장합니다.
두 번째. 초록빛 융단 위에서 차 한 잔, 보성다향대축제와 부천 백만송이장미축제
"차밭 구경이 뭐 볼 게 있어?"라고 생각했다면, 보성은 그 편견을 깔끔하게 무너뜨립니다. 전남 보성은 국내 녹차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지로, 5월 초순이면 갓 돋아난 새순이 가장 선명한 연둣빛을 띠는 시기입니다(출처: 보성군청).
보성다향대축제는 단순한 꽃구경 축제와는 결이 다릅니다. 찻잎 따기, 차 우리기, 차 만들기 등 직접 손으로 참여하는 체험형 프로그램(Hands-on Experience Program)이 풍성한데, 체험형 프로그램이란 관람에 그치지 않고 방문객이 직접 행위에 참여해 학습 효과와 몰입감을 높이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갓 딴 찻잎으로 직접 우려낸 차 한 잔을 손에 쥐고 마시는 순간, 입 안 가득 봄이 퍼지는 그 기분은 어디서도 쉽게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직접 걸어보니 차밭 산책로는 생각보다 경사가 꽤 있었습니다. 중간쯤 올라가다 종아리가 슬슬 당기기 시작했는데, 정상에서 내려다본 계단식 차밭의 연둣빛 물결은 그 고통을 완전히 잊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뙤약볕을 피할 그늘이 차밭 내부에 거의 없고, 축제장 내 먹거리 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되어 있다는 점은 현실적으로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도시락을 간단히 챙겨갈 생각입니다.
한편 부천 백만 송이 장미원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압도감을 선사합니다. 단일 장미원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160여 종의 장미가 5월 하순부터 일제히 만개하여 진한 향기와 함께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빨간 장미, 보랏빛 장미, 크림색 장미까지 어디서 셔터를 눌러도 인생샷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제 갤러리가 그날 하루 만에 꽉 찰 줄은 몰랐네요.
입장료가 무료임에도 정원 관리 수준이 유럽식 공원(European-style Garden)을 연상케 할 만큼 수준급입니다. 유럽식 공원이란 기하학적 산책로와 조형물, 테마 구역을 체계적으로 배치하여 심미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원 양식을 가리킵니다. 다만 주말에 갔더니 주차가 정말 '헬'이었습니다.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버스로 환승하는 것이 단연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말엔 입구 진입 자체가 막히는 상황도 연출됩니다.
5월 축제를 성공적으로 즐기기 위한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삼광사 연등축제: 일몰 이후 도착, 대중교통 필수
- 보성다향대축제: 운동화 착용, 도시락 지참 추천
- 부천 장미축제: 대중교통 이용, 주말 오전 일찍 방문 권장
5월은 짧습니다. 올해도 '다음에 가야지' 하다가 그냥 흘려보낼 것인지, 아니면 이번 주말에 짐을 꾸릴 것인지, 그 선택은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저는 세 곳 모두 다녀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삼광사의 연등 불빛은 사진으로 전달이 안 되는 종류의 감동이었습니다. 어디를 가실지 아직 망설이고 계신다면, 일단 삼광사부터 일정에 넣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