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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남서쪽 끝자락으로 가보는 봄여행 순천 명소 (동천 30리, 죽도봉공원, 조례호수공원)

by nyammi9 2026. 4. 8.

순천 벚꽃길
순천 벚꽃길

 

벚꽃 시즌마다 "어디가 제일 예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망설임 없이 순천을 꺼냅니다. 솔직히 처음엔 순천이 이 정도일 줄 몰랐습니다. 직접 다녀온 뒤에야 왜 순천이 전라도 대표 봄 여행지로 꼽히는지 몸으로 이해했습니다. 동천 30리 벚꽃길부터 죽도봉공원, 조례호수공원까지, 한 도시 안에서 세 가지 결이 전혀 다른 벚꽃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순천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첫 번째. 동천 30리 벚꽃길과 죽도봉공원, 규모로 압도하는 봄

순천 시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동천(東川)은 전남 순천시 서면 청소리에서 발원해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하천입니다. 이 하천을 따라 약 12km, 즉 30리에 걸쳐 벚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이 동천 30리 벚꽃길의 핵심입니다. 여기서 '30리'란 우리 전통 거리 단위로 약 12km에 해당하는 거리를 뜻합니다. 수도권 벚꽃 명소들이 보통 1~2km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이 규모가 얼마나 압도적인지 짐작이 되실 겁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는데, 강둑 양쪽에 수천 그루의 벚나무가 일렬로 늘어선 광경은 사진으로는 절대 전달이 안 됩니다. 바람이 한 번 지나갈 때마다 꽃잎이 강 위로 쏟아지는데, 그 순간만큼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천을 따라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가 쾌적하게 조성되어 있어서 걷는 분들도, 자전거를 타는 분들도 모두 섞여 있습니다. 평일 오전에 방문했는데도 순천 시민분들이 꽤 나와 계셨고, 주말에는 상당한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입니다.

죽도봉공원은 동천변에 불쑥 솟아 있는 작은 구릉지 공원입니다. 공원 이름의 유래가 흥미로운데, 산죽(山竹)과 동백숲이 울창하고 봉우리 모양이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의 핵심은 정상에 있는 연자루(燕子樓)입니다. 연자루란 전통 팔각정 형태의 정자로,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가능한 구조를 말합니다. 제가 연자루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분홍색 벚꽃 띠를 두른 동천이 시내를 굽이쳐 흐르는 파노라마가 한눈에 펼쳐졌고, 그 풍경을 보는 데만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야경 명소로도 잘 알려진 곳이라, 저녁 무렵에 다시 올라가면 조명과 벚꽃이 어우러진 또 다른 표정을 볼 수 있습니다.

동천 30리 벚꽃길과 죽도봉공원을 효율적으로 즐기고 싶다면 이 순서를 추천합니다.

  • 오전 중 동천 벚꽃길 산책 (자전거 대여 가능)
  • 동천 산책 후 죽도봉공원으로 이동 (도보 10분 내외)
  • 연자루에서 조망 후 공원 내 산죽·동백숲 산책
  • 해질 무렵 공원 재방문 또는 야경 감상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EXPO)에 81만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순천은 이미 봄 여행의 거점 도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여기서 엑스포란 국제박람회기구(BIE)의 승인을 받아 진행하는 국제 규모의 행사를 말하며, 순천은 2023년 이 행사를 통해 순천만국가정원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출처: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두 번째. 조례호수공원, 순천 봄의 마지막 페이지

동천과 죽도봉의 웅장한 스케일을 경험하고 나면, 조례호수공원은 처음에 좀 작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호수 산책로에 발을 들인 순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동천이 선(線)의 아름다움이라면, 조례호수공원은 면(面)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조례호수공원은 호수를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수변공원(水邊公園)입니다. 수변공원이란 강이나 호수 등 수계(水系)와 인접하여 조성된 공원을 뜻하며, 수면의 반사 효과를 활용한 경관이 특징입니다. 조례호수공원이 딱 그렇습니다. 잔잔한 수면이 하늘빛과 벚꽃을 동시에 담아내는데, 바람이 없는 날에는 물 위에 벚꽃이 그대로 복사된 것처럼 반영(倒影)이 맺힙니다. 여기서 반영이란 수면 위에 풍경이 거울처럼 비치는 시각적 현상을 말하며, 사진을 찍는 분들이 특히 이 장면을 노리고 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 경험상 이 공원은 오후 늦게 방문했을 때 가장 좋았습니다. 지는 해가 벚꽃 잎을 투과하면서 분홍빛이 주황빛과 섞이는 그 짧은 순간이, 하루 중 가장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냈습니다. 호수 주변에 카페와 편의 시설도 갖춰져 있어서 꽃구경을 마치고 자리를 잡기에도 좋습니다. 공원이 넓고 동선이 단순해서 아이들과 함께 오시는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부담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순천시는 체계적인 도시 생태 환경 관리를 위해 순천만습지를 람사르습지(Ramsar Wetland)로 등록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람사르습지란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람사르협약에 따라 지정된 습지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생태 도시로서의 정체성이 순천의 도심 공원과 하천 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조례호수공원이나 동천의 수변 환경이 유독 쾌적하게 느껴지는 배경이기도 합니다(출처: 환경부 람사르습지 정보).

순천의 봄 벚꽃이 좋은 진짜 이유는 어느 한 곳이 압도적으로 예쁜 게 아니라, 동천에서 죽도봉으로, 죽도봉에서 조례호수공원으로 이어지는 흐름 전체가 하나의 코스처럼 맞물린다는 점입니다. 하루 동안 이 세 곳을 걸으면서 순천의 봄을 입체적으로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벚꽃 절정 시기는 보통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이니, 방문 전 순천시 공식 채널에서 개화 현황을 확인하고 떠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_U58WnZxr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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