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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의 또 다른 여행지 완도의 두번째 여행 (약산치유의숲, 장보고기념관, 청해진유적지)

by nyammi9 2026. 2. 26.

울창한 숲
울창한 숲

 

지금까지 저는 완도를 그냥 청정 해산물로 유명한 섬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직접 가보니 단순히 맛집 투어로 끝낼 섬이 아니더군요. 산림치유와 해양치유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약산해안치유의 숲, 1,200년 전 동북아 해상무역을 장악했던 장보고 대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청해진유적지까지. 제가 완도에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그 과정에서 발견한 해결책을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1. 약산해안치유의 숲, 산림치유와 해양치유를 한 번에

완도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휴식과 활동을 어떻게 균형 있게 채울까"였습니다. 해변만 보다 오면 단조롭고, 등산만 하자니 바다를 놓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 발견한 곳이 약산해안치유의 숲입니다.

이곳은 국내 최초로 산림치유와 해양치유를 결합한 힐링 공간입니다. 삼문산 자락이 바다와 맞닿은 지점에 조성되어 있어서, 한쪽에서는 붉은 가시나무와 구실잣밤나무 같은 난대림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마시고, 다른 한쪽에서는 파도 소리와 함께 바다의 음이온을 동시에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피톤치드란 나무가 병충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천연 물질로, 사람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고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출처: 산림청).

제가 방문한 건 12월 초였는데, 정규 치유 프로그램은 비수기라 운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숲길 산책은 자유롭게 할 수 있었고, 오히려 한산해서 좋았습니다. 특히 '너울길'이라는 해안 절벽 코스가 압권이었습니다. 나무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탁 트인 다도해 전망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저는 그곳에서 운 좋게 상괭이 무리를 목격했습니다. 처음엔 큰 물고기가 점프하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여러 마리가 함께 수면 위로 솟구치더군요.

산림치유센터 건물에는 족욕장과 휴게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저는 숲길을 걷고 돌아와 따뜻한 족욕을 하면서 차 한 잔을 마셨는데, 운전으로 뭉쳤던 종아리 근육이 풀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만약 봄이나 가을에 방문한다면 전문 산림치유지도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체험해 보시길 권합니다. 숲 해설과 명상, 스트레칭을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SNS 후기를 보니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핵심 포인트:

  • 산림치유와 해양치유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 공간
  • 너울길 코스에서 상괭이 목격 가능 (운이 좋다면)
  • 비수기에도 산책로는 자유롭게 이용 가능

2. 장보고기념관, 해상왕의 스케일을 체감하다

장보고라는 인물은 학창 시절 역사 교과서에서 배웠지만, 솔직히 "신라 시대 무역했던 사람"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보고기념관을 직접 둘러보고 나니 이 사람이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 9세기 동북아 해상 물류 시스템 전체를 재편한 경영자이자 전략가였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기념관은 2층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1층은 장보고 대사의 일대기와 청해진의 역사를 연대기 순으로 정리한 전시실입니다. 당시 신라·당나라·일본을 잇는 삼각무역 루트, 청해진 설치 배경, 해적 소탕 과정 등이 유물과 모형으로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특히 당시 사용했던 무역선인 '견당사선'의 실물 크기 모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서 견당사선이란 신라에서 당나라로 사신과 물품을 실어 나르던 선박으로, 길이 30m, 폭 9m에 달하는 대형 선박이었습니다.

2층이 진짜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최근 박물관 트렌드인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전시가 마련되어 있는데, 제가 최근 1년간 다녀본 지역 박물관 중에서 단연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벽면과 바닥 전체가 스크린으로 변하면서 파도가 출렁이고, 무역선이 항구를 오가는 장면이 360도로 펼쳐집니다. 직접 손으로 터치하면 화면 속 배가 움직이고, 무역품 정보가 팝업 되는 식입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인 저도 한참 동안 빠져서 체험했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장보고라는 인물이 해상무역권(maritime trade dominance)을 확보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비로소 이해가 됐습니다. 해상무역권이란 특정 해역에서 무역 활동을 독점적으로 통제하고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을 뜻합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게 아니라, 해적을 소탕하고 항로를 안전하게 관리하며 물류 허브를 구축한 시스템 전체를 장악했던 거죠.

3. 청해진유적지(장도), 1,200년 전 그 현장 위를 걷다

장보고기념관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청해진유적지, 즉 장도가 있습니다. 육지와는 나무로 된 보행교로 연결되어 있어서 차를 두고 걸어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는 순간부터 묘한 설렘이 밀려왔습니다. "저 섬에 정말 1,200년 전 군사기지가 있었다고?"

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복원된 토성과 성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토성이란 흙을 다져 쌓아 만든 성벽으로, 청해진 시절에는 이 성벽이 섬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일부 구간만 복원되어 있지만, 성벽 위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한 바퀴 도는 데 약 30분 정도 걸립니다.

저는 성벽 위를 천천히 걸으며 완도항과 다도해를 360도로 조망했습니다.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 들면서도, 바다가 눈높이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서 정말 상쾌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 각도에서 보는 다도해 풍경은 완도타워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이었습니다. 완도타워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이라면, 장도는 바다와 같은 높이에서 맞닥뜨리는 느낌이랄까요.

섬 안쪽에는 건물 터와 우물 터가 발굴된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안내판을 보니 이곳에서 청해진 시절의 기와 조각, 토기, 중국제 도자기 파편 등이 대량으로 출토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썰물 때면 성벽 밖 바닷속에 박혀 있는 '원목열 (나무 말뚝)'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적선의 접근을 막기 위해 해안에 촘촘히 박아둔 방어 시설입니다. 저는 밀물 때 방문해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안내판 사진만으로도 당시 청해진이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된 요새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방문 팁을 드리자면, 겨울 비수기에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전세 낸 것처럼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다만 해가 짧아서 오후 4시만 넘어도 어두워지니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방문하시길 권합니다. 성벽 위는 바람이 세니 겨울에는 방한 준비를 단단히 하시고요.

이번 완도 여행에서 약산해안치유의 숲과 청해진유적지는 제게 예상 밖의 선물이었습니다. 자연의 위로와 역사의 무게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특히 장보고라는 인물이 단순히 과거의 위인이 아니라, 지금의 글로벌 물류 시스템과도 맞닿아 있는 선구자였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완도를 단순히 해산물 맛집 투어로만 계획하고 계신다면, 이 세 곳을 코스에 꼭 추가해 보시길 권합니다. 몸도 마음도, 그리고 머리도 채울 수 있는 여행이 될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5qwjlUvM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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